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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6-11
      자연으로 돌아가다, 김기철선생님

      2004년 초여름, KTX가 개통된지 2개월쯤 지난후 그러니까 6월 초순 경, 거래처 방문차 대구로 갈 일이 있어 KTX를 이용하게 되었다. 그때 객실에서 제공하는 잡지를 보다 우연히 선생님의 기사를 읽게 되었다. 교사와 번역일을 하시다 불혹(40)이 넘은 나이에 농사를 짖고 도자기를 굽겠다고 모든 것을 버리고 경기도 곤지암의 야산으로 들어가 30년이 넘게 도자기를 빚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40대 중반에, 그것도 안정된 직장을 팽계치고 자연으로 돌아갔다...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자식이 여럿인 가장이 그것도 한창 경제적으로 부담이 가는 시기에 인생의 진로를 바꾼다는 것은 보통 의지로는 어림도 없을 것 같았다. 혼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며 참 멋있는 분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러던 2004년 8월 어느날 우연히 친구들과 짧은 여행을 갔다 중부고속도로를 타개 되었다. 그러다 곤지암IC표지판을 보고는 갑자기 선생님 기사가 생각이 나서 친구들을 먼저 보낸 후, 무작정 고속도로를 빠져나왔다. 곤지암이 어떤 절이름이 아니고 그곳의 지역명칭이라는 것도 그때 처음알게 된 사실이다. 곤지암 부근의 보원요를 찾으면 될 것으로 생각하고 무작정 곤지암이라는 절과 보원요라는 곳을 찾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KTX객실 잡지 발행업체에 전화를 하여 그 기사를 담당했던 기자의 연락처를 알아낸 뒤, 일요일 편히 쉬고 있는 기자를 닦달해 보원요의 연락처를 어렵게 찾을 수 있었다. 그땐 허둥대느라 기자에게 고맙다는 말초자 하지 못했는데, 단잠을 깨운 불청객에게 불평한마디 없이 친절하게 가르쳐준 기자에게 이자리를 빌어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어쨌든 보원요를 찾았고 선생님을 뵙게 되었다. 역시 잡지는 약간의 과장이 미덕인지라 상상했던 것보다 단촐한 보원요의 모습에 처음엔 실망을 했었던것 같다. 찾아간 때가 8월이라 연꽃외에는 다른 꽃을 찾기 어려웠고 보원요를 찾느라 너무 진이 빠진 상태여서 더욱 그랬던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러한 필자의 생각은 선생님 내외분을 대하면서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멀리서 찾아왔다고 오히려 고맙다고 하시면서 주저없이 2층 전시실겸 거실에 자리를 마련하여 손수 차까지 내어 주셨다. 차를 마시면서 기사를 보면서 궁금했던 것들도 여쭈어 보고 선생님이 만드신 작품에 대해서도 이야길 나누었고 필자의 하찮은 짧은 삶도 이야기를 했었던것 같다. 잠깐 이야기를 나눈 것 같았는데 4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렇게 긴 시간을 이처럼 짧게 느껴질 정도로 대화를 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선생님에 대한 필자의 느낌은 소탈하면서 솔직하고 부드럽지만 의지가 강한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 뒤로 찾아 뵙지는 못하고 아주 가끔 연락만 드리다 지난 5월 21일 가마찬치를 한다고 하시면서 놀러와서 점심이나 먹고 가라고 하셨다. 뉴욕 전시회 참가를 위해 5월 19일 비행기표를 예약해 둔 터라 어려울 같다고 말씀드리니 책도 새롭게 내셨고 가마찬치가 매년 있는 것도 아니니 한번 왔다가면 좋을거라고 하셔서 출발 시간을 늦추고 찾아 뵙게 되었다. 디지털문화에 익숙하고 제품만 만져온 필자가 도자기를 알리없고 유기농을 알리 없지만 오래만에 선생님을 뵙는 다는 생각에 아침일찍 준비를 하여 찾아뵈었다. 생각보다 손님들이 많이 오셔서 평소 조용하던 보원요가 활기가 넘쳤다. 여전히 정정한 모습에 밀집모자를 쓰신채 반갑게 맞아 주셨다. 보원요는 처음보면 실망할 수도 있지만 천천히 둘러보면 주위환경을 최대한 회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약간의 손질만 더한 느낌이다. 산위에서 내려오는 물줄기를 이용해 작은 폭포수를 만들어 놓으셨고 그 물이 다시 그대로 흘러 작은 연못을 이룬며 또 그물이 자연스럽게 밑의 도랑으로 흘러들어간다. 마당을 제외하고는 인위적인 부분이 없다. 그냥 있는 그대로를 잘 활용하고 있다. 대문도 없고 울타리도 없다. 사방이 출구고 사방이 입구다. 가마찬치라기에 뭔 행사라도 하나 싶었는데, 그냥 편하게 둘러보고 국수 먹을 사람 국수 먹고 2층 전시실에 작품 구경할 사람은 구경하고, 나무 그늘밑에서 쉬고 싶은 사람은 쉬었다. 인위적인 것을 싫어하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 들이시는 선생님답게 찬치도 그냥 조용하고 평온하게 치러졌다. 다음날 새벽비행기라 오래 있지는 못하고 2층 전시실에서 작품 사진만 잠깐 찍고 선생님께 인사드리고 일찍 나왔다. 무사히 잘 다녀오라고 가볍게 인사를 하셨다. 오면 '잘 왔다. 편하게 있다가라' 그러시고, 가면 '잘 가라, 시간되면 또 들러라' 그러신다. 하시는 말씀도 자연 그대로이시다. 

      30여년전(그러니까 1970년대 초반) 유기농과 도자기를 위해 당시 하시던 일을 그만두셨다니, 지금 이렇게 자연주의니 웰빙이니, 유기농이니 하는 것들이 트렌드를 이끌 것이라는 것을 미리 예측이라도 하신 것일까? 선생님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자연스럽고 인위적인 느낌이 거의 없다. 도자기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 선생님의 작품을 감히 평을 할 수는 없고 그냥 느낀점을 몇마디 적으려 한다. 거의 모든 작품들이 자연을 소재로 만들었으며 주로 꽃(특히 연꽃), 식물의 잎사귀, 물고기, 개구리 등이 많다. 물래도 거의 사용하지 않으시는 것 같고 그냥 느낌대로 손가는 대로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참고로 선생님의 작품은 대영박물관, 교황청, 시카고박물관, 에벨링박물관 등 세계 여러곳에 전시되어 있다. 

      다기세트: 흙의 느낌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자연스러운 그낌의 다기세트다. 혹자는 차맛을 제대로 보려면 다기가 좋아야 한다고들 하던데, 필자는 아직 그 이유를 모르겠다. 하지만 저 잔에 따라 주시던 차 맛은 좋았던 것같다.

      연꽃모양과 잎사귀 모양의 수반(꽃이나 수석 등을 올려 놓은 그릇류), 꽃봉우리 같기도 하고 연꽃같기도 하고 횟불이 타오르는 형상 같기도 하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갖가지 수반들, 잎사귀의 선이 그대로 살아 있고 거친듯 하면서도 섬세하다. 물을 담기도 편하게 되어 있고 꽃을 꽂아도 그냥 자연스럽게 꽂힐 것 같다.

      수반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 바로 식물의 잎사귀를 기어오르거나 앉아있는 개구리의 모습이다. 진짜 개구리가 앉아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사실감이 뛰어나며 생동감이 넘친다. 단순한 재미를 떠나 동화적인 스토리를 담고 있는 듯한 작품들이다. 

      각종 열매나 꽃봉우리를 닮은 항아리들, 흔히 조선백자나 청자 등에서 그껴지는 심플하고 부드러운 곡선과는 분위기가 사뭇다르다. 백자나 청자에서는 절제된 미가 느껴진다면 이 작품들은 그냥 자연을 대하고 있는 것 같다.

      동화적 느낌의 새, 실물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면서도 금방이라도 튀어오를것 같은 역동성과 위트가 넘치는 것 같다. 꿩같기도 하고 닭같기도 하다. 다음에 선생님을 뵈면 여쭈어 보아야 겠다.

      여러가지 물고기와 새들을 표현한 작품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보다도 더 사실적이고 생동감이 넘친다.  하나하나 둘러보면 꼭 재미있는 동화책을 읽은 듯하다.

      복도 곳곳에 전시되어 있는 다양한 작품들...

      분명 흙이지만 살아있는 개구리가 매달려 있는 것 같다. 선생님은 찾아온 손님들을 위해 손수 만드신 작품들에 산나물, 두부, 전, 묵, 술 등을 담아 내놓으셨다. 직접 유기농으로 재배하신 것들도 있고 멀리 있는 지인들이 소식을 듣고 보내온 것들도 있었다.  

      항상 빈틈없는 동그란 접시에 담긴 음식들만 본 필자로서는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다. 금방 따온 잎사귀에 나물이나 묵 등의 음식을 올려 놓은 것 같았다. 맛? 당연히 최고였다. 아무렇게나 주물러 놓은 듯하지만 음식물이 밖으로 쉽게 흘러내리지 않고 집게나 젓가락 등을 놓기도 상당히 편리했다. 실용성이 상당히 뛰어나다.

      큰 수반들에는 약수, 수정과, 동동주 등이 담겨 있었고 금방이라도 뛰어들듯 개구리가 움츠리고 있었다. 정말이지 우연히(?) 필자는 이 앞 멍석에 자리를 잡게 되었고 그리곤 집에 돌아올때까지 그자리를 뜨지 않았다...^^

      말로만 웰빙이니 뭐니 하면서 딱지 하나씩 붙여 놓은 제품들과는 차원이 다른 그야말로 진정한 웰빙이요, 자연그대로의 제품들이다. 모든 작품이 같은 것이 없다. 정형화된 형태도 없다. 그냥 흙이 펴지는대로 손만 대고 있었던 것처럼 모든 작품이 제각각의 개성이 넘친다. 선생님도 그러신것 같다. 자연을 닮아가는 것 같다.

      항상 건강하시고 더욱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시길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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